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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a-Francesco

 
2025년 4월 21일,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은 깊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현 시대 가장 사랑받는 종교 지도자 중 한 명이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향년 88세로 선종했기 때문입니다.
'선종(善終)'은 불교나 가톨릭에서 성직자나 수행자가 평안하게 죽음을 맞이했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5분(현지시간)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상을 떠났다고 교황청이 공식 발표했습니다. 바티칸 대변인은 "그의 삶은 전적으로 주님과 교회를 섬기는 데 헌신됐다"며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살아가라고 가르치셨다"고 애도했습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황,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2013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전격 퇴위 후 선출된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입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를 강조하며 검소한 삶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메시지로 세계인의 존경을 받아왔습니다. 최근 건강 악화로 폐렴 치료를 받았지만, 그는 생전 마지막까지 교회와 신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요 업적과 유산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기간 동안 가톨릭 교회에 많은 변화와 개혁을 가져왔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목소리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재임 기간 동안 사회적 약자들의 대변인으로서 강력한 목소리를 내셨습니다. 특히 '주변부에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한 복음화를 강조하며, 교회가 사회의 변두리에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다가가야 함을 끊임없이 상기시켰습니다.
 
난민 문제에 있어서는 2013년 취임 직후 이탈리아 남부 람페두사 섬을 방문해 지중해를 건너다 목숨을 잃은 난민들을 추모하며 "무관심의 세계화"를 비판했으며, 2016년에는 레스보스 섬의 난민 캠프를 방문해 12명의 시리아 난민을 바티칸으로 데려오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난민들에게 문을 닫을 때마다 예수님께 문을 닫는 것"이라는 그분의 말씀은 전 세계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환경 문제에 관해서는 2015년 발표한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통해 환경 보호와 기후 변화 대응을 신앙의 문제로 격상시켰습니다. 이 회칙은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생태적 회심"을 촉구하며, 소비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초래한 환경 파괴와 사회적 불평등의 연관성을 지적했습니다. 이는 가톨릭 교회 역사상 최초로 환경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가르침으로, 파리 기후협약 체결 과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경제적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도 "돈의 신(神)을 섬기는 경제는 죽입니다"라고 강력히 비판하며, 극단적 자본주의와 "착취의 경제"를 지속적으로 질타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우리는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있다"며 백신의 공평한 분배와 국제적 연대를 촉구했습니다.
 
2014년 8월에는 한국을 방문하여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그해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직접 만나 위로하고, 유가족이 전달한 노란 리본을 교황 방한 기간 내내 착용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아픔에 깊은 공감을 표현했습니다. 교황님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하고 유가족들을 따뜻하게 포옹하며 위로했는데, 이러한 진심 어린 모습은 많은 한국인들의 마음에 깊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교회 개혁의 추진

교황님은 취임 직후부터 교회 내부의 개혁을 핵심 과제로 삼았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개혁은 바티칸 금융 시스템의 투명성 강화였습니다. 오랜 기간 비밀주의와 부패 의혹에 시달렸던 '바티칸 은행'(IOR)에 국제 기준의 회계 시스템을 도입하고, 금융정보청을 설립해 자금 세탁과 부패를 감시하는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성직자 성범죄 문제에 있어서도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2019년에는 '성직자에 의한 미성년자 성학대 척결을 위한 정상회의'를 바티칸에서 개최하고, '당신은 빛이 되어(Vos estis lux mundi)' 교서를 통해 성범죄 보고와 처벌 절차를 강화했습니다. 특히 과거에는 은폐되었던 고위 성직자들의 범죄에도 강경하게 대응하여, 여러 추기경과 주교들의 사임을 이끌어냈습니다.
 
교황청 조직 개편에도 힘썼습니다. 중앙집권적이고 관료주의적이었던 로마 교황청의 구조를 개혁하여 2022년 새로운 교황청 헌장 '복음을 선포하십시오(Praedicate Evangelium)'를 공포했으며, 이를 통해 평신도와 여성들의 교황청 고위직 임명이 가능해졌습니다. 실제로 여러 중요한 자리에 여성들을 임명하여 교회의 포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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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간 대화와 화해의 노력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종교간 대화와 화해를 위해 전례 없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특히 이슬람 세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는데, 2019년 아랍에미리트 방문은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이 방문에서 알아즈하르 대이맘 아흐메드 알타예브와 함께 '인류 형제애에 관한 문서'에 서명하며 이슬람과 그리스도교 간의 새로운 관계의 장을 열었습니다.
 
2021년에는 이라크를 방문해 시아파의 최고 지도자 시스타니 대아야톨라와 회담하고, IS에 의해 파괴된 모술의 교회들을 방문하며 종교 간 화해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는 교황으로서는 최초의 이라크 방문으로, 전쟁으로 신음하는 지역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유대교와의 관계에서도 "유대인은 우리의 형제이자 첫째 형제"라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동방정교회와의 오랜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2016년에는 모스크바 총대주교 키릴과 쿠바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는 1054년 동서교회 분열 이후 천년 만의 첫 공식 만남이었습니다.
 
또한 개신교를 비롯한 다양한 기독교 교파들과의 일치를 위해서도 노력했으며, 2016년에는 스웨덴 룬드 대성당에서 루터교와 공동 예배를 드리며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기도 했습니다.
 

겸손과 소통의 리더십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그분의 겸손함과 소박한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교황 선출 직후 호화로운 교황 관저 대신 바티칸 내 소박한 게스트하우스인 산타 마르타에 머물기로 한 결정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상징적 행동이 아니라 그분의 삶의 철학을 보여주는 선택이었습니다.
 
또한 화려한 교황 의상 대신 단순한 흰색 수단을 선호했으며, 금으로 만든 십자가 대신 철제 십자가를 착용했습니다. 교황 전용 차량도 값비싼 리무진 대신 소형차를 이용했으며, 해외 방문 시에도 가능한 한 검소하게 여행했습니다.
 
소통 방식에서도 기존 교황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매주 수요일 일반 알현에서는 신자들 사이를 직접 걸어다니며 악수하고 포옹했으며, 특히 어린이, 병자, 장애인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공식 행사에서도 종종 미리 준비된 연설문을 제쳐두고 즉석에서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했으며, "나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2013년 브라질 방문 중 "누가 저를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동성애자가 하느님을 찾고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내가 누구길래 그를 판단하겠습니까?"라고 응답한 것은 가톨릭 지도자로서는 전례 없는 발언으로, 교회의 포용성을 강조하는 그분의 태도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겸손한 태도와 직접적인 소통 방식은 많은 이들, 특히 교회와 거리가 있던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프란치스코 효과"라고 불리는 교회에 대한 관심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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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기간과 장례 일정

가톨릭 전통에 따라 교황의 선종 후에는 '노벤디알레스(Novendiales)'라 불리는 9일간의 공식 애도 기간이 이어집니다. 이 기간 동안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며, 바티칸에서는 매일 애도 미사가 거행됩니다.
 
이제 추기경단은 교황 장례식의 정확한 일정을 정해야 하며, 그 이후 콘클라베(교황 선출 비밀회의)의 개회 시점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러나 일정의 대부분은 이미 교황청 규범에 따라 정해져 있습니다. 교황청 규정에 따르면 교황은 선종 후 4~6일 사이에 매장되어야 합니다.
교황의 시신은 애도를 위한 조문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성 베드로 대성당에 안치되며, 전 세계에서 많은 신자들이 마지막 작별 인사를 위해 바티칸을 찾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례식에는 전 세계 국가 원수와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무리하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우리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 지도자 중 한 분이셨습니다. 그분의 선종은 한 시대의 끝을 의미하며, 동시에 가톨릭 교회에 새로운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프란치스코께서 남기신 가르침과 모범적인 삶은 종교를 떠나 많은 이들에게 영감이 되었습니다. 특히 약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 환경 보호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겸손한 지도력은 현대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Papa-Francesco
"We must restore hope to young people, help the old, be open to the future, spread love.
Be poor among the poor. We need to include the excluded and preach peace."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되돌려주고, 노인들을 도우며, 미래에 열려 있어야 합니다. 사랑을 퍼뜨리고, 가난한 이들 사이에서 가난하게 살아야 합니다. 배제된 이들을 포함시키고 평화를 전파해야 합니다.
-Papa Francesco (1936.12.17 - 202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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