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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2018)

영화의 원작은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연재한 동명의 일본 만화입니다. 한국은 2018년 2월 8일에 개봉했습니다만, 이보다 앞선 2014년과 2015년에 일본에서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이라는 이름으로 개봉된 영화이기도 합니다.
시골에서 자급자족으로 얻은 식재료를 사용하여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먹는 힐링 영화로 배우 김태리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상영시간은 103분입니다.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돼?

삭막한 도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교사의 꿈을 꾸며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혜원은 자신은 불합격하지만 같이 준비한 남자 친구는 합격소식에 자존심이 상합니다.
혜원은 아무런 말도 없이 짐을 챙겨 무작정 시골의 자신의 집으로 가버립니다. 시골의 아담한 자신의 집은 어릴 적 엄마와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엄마는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홀연히 사라져 지금은 아무도 없는 빈집이지만, 배고픔에 허기를 달래려 요리를 시작합니다.


이곳에서 겨울만 지내고 다시 가겠다는 혜원은 봄이 되고, 또다시 겨울이 올 때까지 머무르게 됩니다.
날이 갈수록 팍팍하고 공허한 마음은 엄마와의 추억이 깃든 맛있는 음식과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 재하와 은숙을 만나면서 차차 채워집니다.

재하는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다 회의감에 다시 돌아와 아버지를 도와 농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돌아와서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여전히 문제를 껴안고만 있는 혜원에게 그는 자신의 귀농은 자신이 결정한 일이기에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편한데, 너는 어떠냐고 그렇게 문제를 마주하지 않은 채 바쁘게 살아서는 아무런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해줍니다. 그 말에 혜원은 자신의 문제를 마주 보기 시작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며, 왜 이곳으로  자신이 돌아올 수밖에 없는지를 혜원은 깨닫습니다. 자존심 상해서 남자 친구에게 하지 못한 합격 축하한다는 말도, 자신과 이 집을 두고 떠난 엄마의 마음이 이런 거였구나 하면서 언젠가 자신처럼 이곳에 돌아올 엄마를 위해 편지를 남긴다거나 하며 혜원은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이 있던 곳으로 떠날 수 있게 됩니다.

 

일상 속에 잠깐 쉼표 같은 영화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되고 있는 리틀 포레스트는 넷플릭스 시청자들에게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대략적인 시놉시스 정도는 체크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드라마 장르이기도 해서 영화 정보를 보지 않고 바로 플레이했습니다.
앞부분을 보면서 잠시 생각이 든 건 이건 내가 싫어하는 먹방 영화구나, 한 시간이 넘게 먹는 거만 나오겠구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체적 호흡이 느리게 가는 드라마 장르도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유튜브에서 하는 먹방처럼 계속 무언가를 먹는 영상은 어떤 대리만족도 즐거움도 느낄 수 없어서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건 일관된 주제인 음식을 통한 마음의 치유도 있지만, 영화 속에 흘러가는 사계절과 그 속에 있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보고 있는 내내 힐링이 되었습니다. 여주인공을 김태리로 캐스팅 한 건 정말 완벽한 선택이었다고 싶을 정도입니다.
자칫 자신의 문제를 피하기만 하는 답답한 사람을 그 어디에도 있을법한 예쁘고 아름다운 청춘을 보내고 있는 혜원으로 김태리가 연기해서 미워할 수 없는,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만듭니다.

영화의 배경은 주인공 혜원의 고향인 시골집입니다. 시골에서의 사계절은 직접 가 보지 않았지만, 봄의 싱그러움이나 여름의 내리쬐는 태양, 깊어가는 가을, 하얀 눈이 소복한 겨울까지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또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들과 매운 떡볶이를 만들어먹으면서 시뻘게진 입이 되거나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도 고향을 떠나 바쁘게만 살아서 지친 마음에, 고향 친구들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마음의 위로가 되었습니다.

 

또 상처로 남아있는 엄마의 부재에 대해 조금씩 마주하게 됩니다. 엄마가 아빠가 돌아가신 뒤에도 왜 계속 이 집에 머물렀는지, 왜 편지만 남기고 어느 순간 사라졌는지를 엄마의 요리를 해 먹으면서 천천히 요리가 익어가듯 이해를 하게 됩니다. 마지막에는 영화에 확실하게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돌아왔다는 느낌으로 끝이 나면서 혜윤이 그토록 기다리던 사람이 돌아왔구나를 알게 됩니다. 

 

영화는 천천히 느긋하게 흘러가지만 중간중간 누군가의 말에서 또 주인공의 시선에서 보고 생각의 독백에서, 나의 인생에 빗대어 한번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지 않지만, 소소하게 마음의 울림이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밖은 꽃이 피기 시작하고 공기마저 포근해져 완연한 봄인데, 내 마음은 여전히 닭가슴살처럼 퍽퍽할 때, 리틀 포레스트 한편으로 잠시나마 힐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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